아침에 커피를 마시고 나서 배가 꾸르륵거리거나 화장실을 급하게 찾은 경험이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커피는 장의 연동운동을 자극하는 동시에, 장내 유익균의 성장을 돕는 놀라운 기능도 수행한다. 이제는 커피가 단순한 각성 음료를 넘어 장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능성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커피가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
국제학술지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약 2만 2천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커피 섭취와 장내 미생물의 관계를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커피를 정기적으로 섭취한 사람들은 장내 유익균인 ‘로소니박터 아사카로라이티쿠스’의 수치가 최대 8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균은 장 점막을 보호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며, 장질환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IBS) 환자에게서는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 속 항산화 성분의 역할
커피가 유익균 증가에 기여하는 배경에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 있다. 대표적인 성분으로는 클로로겐산과 퀴닉산이 있으며, 이들은 프리바이오틱스처럼 작용해 유익균의 먹이가 된다. 클로로겐산은 체내에서 퀴닉산으로 전환되며, 장 점막 염증을 완화하고 장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성분은 체리나 블루베리에도 존재하지만, 커피는 훨씬 손쉽고 일상적으로 섭취 가능한 공급원이다.
카페인과 상관없는 유익균 효과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효과가 카페인 함유 여부와 무관하다는 점이다. 디카페인 커피에서도 동일한 유익균 증식 효과가 관찰되었으며, 이는 커피 속 식물성 화합물과 항산화 성분이 주요 작용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커피를 마시는 목적이 꼭 각성 효과가 아니더라도, 장 건강 개선을 위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배변을 유도하는 작용
커피는 대장의 연동운동을 자극하거나 위대장반사를 촉진해 자연스러운 배변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 배변이 원활해지는 것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생리적 반응이다. 이는 장의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모든 커피가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건강에 이로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커피의 종류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크림, 시럽, 설탕이 많이 들어간 커피는 장 건강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혈당을 올리고 체중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하루 1~2잔의 블랙 커피나 소량의 우유가 첨가된 아메리카노를 권장하며, 공복보다는 식후에 마시는 것이 위장에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장 건강을 위한 커피 습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한 교수는 “커피는 꾸준히 마시는 음료인 만큼, 그 건강 효과가 장기적으로 누적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적절한 커피 섭취는 장내 유익균 증가뿐 아니라 면역력 증진, 염증 조절, 정신적 활력 유지 등 다양한 건강 이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일 마시는 커피, 올바르게 선택하고 섭취하면 장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