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미자의 마지막 콘서트 '전통 가요 헌정 공연-맥(脈)을 이음'이 열렸습니다. '엘레지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미자(84)는 꼿꼿하게 선 채 흐트러짐 없는 목소리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66년 가요 인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했습니다.
그는 "가요 생활을 오래 하면서 고난도 많았지만, 지금 너무 행복하다"며 팬들에게 받은 은혜를 가슴 깊이 새기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외롭고 고달팠던 긴 여정을 돌아보며, 전통 가요를 끝까지 지키려 했던 자신의 노력과 책임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마지막 무대에서 들려준 애틋한 노래와 진심
이날 공연은 '노래는 나의 인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미자의 굳건한 목소리에 후배 가수 주현미, 조항조, 김용빈, 정서주가 함께하며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어 '열아홉 순정', '황혼의 부르스', '기러기 아빠' 등 대표곡을 부르며,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은 목소리로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특히 '동백 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내 삶의 이유 있음은' 등의 노래를 마지막으로 부르며, 관객들과 함께 소중한 순간을 공유했습니다. 공연 내내 감기에 걸린 상태에도 흔들림 없는 단단한 고음으로 무대를 지켰던 이미자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은퇴 대신 '은혜'를 이야기하다
이미자는 은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후배들에게 조언할 기회가 아직 많을 것"이라며, '은퇴'라는 단어가 갖는 무게를 조심스럽게 설명했습니다. 그는 전통 가요를 사랑하는 후배 가수들에게 바통을 넘기며, 이 노래들이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전통 가요는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함께하는 노래'라고 강조한 이미자는 일제강점기, 해방, 6·25 전쟁 등을 주제로 한 노래를 후배들과 함께 부르며 시대의 기억을 노래로 되새겼습니다. '가거라 삼팔선', '황성 옛터', '귀국선' 등이 울려 퍼질 때마다 관객들은 진심 어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한 시대를 마무리하며 남긴 메시지
이미자는 "트로트를 하는 가수들은 참 외롭고 힘들다"며, 전통 가요를 이어가기 위한 각오와 진정성을 후배들에게 당부했습니다. 그는 "정말 애절한 마음으로 노래하지 않으면 대중에게 어필할 수 없다"는 조언을 남기며, 후배 가수들의 노력을 응원했습니다.
18세 때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이후, '동백 아가씨'를 비롯한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이미자는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함께한 가요 인생을 마무리했습니다. 베트남 전쟁 위문 공연, 평양 공연, 독일 파독 광부·간호사 위로 공연까지, 그는 그 자체로 우리 가요사의 산 증인이었습니다.
66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노래해 온 이미자는 마지막 무대에서도 팬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엘레지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다시 한번 빛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그의 노래는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